신기한 “신토”(神道). 진짜 종교일까?

종교 같으면서 종교가 아닌 일본의 “신토”(神道).

일본에는 나라가 지정한 종교는 없으나,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토는 나라의 중요한 종교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종교 같으면서 종교가 아니라는 게 재미있는 포인트입니다.

오늘은 그 신토의 신기한 점들을 보도록 할까요.

가르침이 없는 종교

다른 종교에는 교의나 경전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즉 “이렇게 사세요~”하는 신의 가르침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러나 신토에는 기독교의 성서나 불교의 불경과 같은 경전이 없습니다.

불교에도 여러 가르침이 있으나 신토에는 기본적으로 가르침은 존재 안 합니다.

천국도 지옥도 없다

많은 종교가 죽은 후의 세상을 천국과 지옥으로 정의하면서 정직한 삶을 권하죠.

그렇지만 신토의 경우는 다릅니다.

죽은 자들의 나라는 존재하지만 천국과 지옥과 같은 곳은 없습니다.

신이 사는 곳 “타카마가하라”(高天原)는 존재하지만 인간이 갈 곳은 아니며, 어떤 생을 살아도 죽어서 가는 곳은 다 같다는 것입니다.

나쁜 일만 하다가 신의 천벌을 받게 된다는 종교가 있지만 신토는 신이 벌주는 일은 없습니다.

개조”(開祖)가 없다

불교의 붓다, 기독교의 예수, 이슬람교의 무함마드와 같이 다른 종교들에는 개조(開祖)가 존재하지만 신토에는 없습니다.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한 것.

경전이나 교의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연과 공생하는 것이 목적

일본에서는 아트, 집, 마을만들기, 일의 전체가 자연에 영합하는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들이 많습니다.

신토는 “자연과 함께 살아갈 것”을 권하지만 일본에서는 원래 “자연”과 “자기”의 구별이 없었습니다.

이 말은 사무라이시대가 끝난 메이지시대에 일본에 전해지면서 일본어로 만든 말인데요, 이전엔 자연과 자기는 구별없이 “하나”로 알려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자연과 함께 살아갈 것”을 전하고 온 신토는 종교가 아니라, 쉽게 말하면 그냥 “일본인처럼 살아라~”라는 것이랄까요?

기원하는 대상은 자연 그 자체

신토는 일본의 신화가 베이스로 되어있으나 그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 “기원하는 대상”은 아닙니다.

신토가 기원해야 하는 대상을 일본에서는 “고신타이”(御神体)라고 하는데요, 이것은 각 신사마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산이나 초고령의 나무 등 “자연 그 자체”가 고신타이로 모셔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상이나 예수상 같은 건 없고 이슬람교와 같이 우상숭배(偶像崇拜)를 금지하지도 않습니다.

일본인이 무종교라고 생각하는 이유

이처럼 강제력이 전혀 없는 게 신토의 특징이라 일본인들은 자신이 종교를 믿는다는 감각조차 없습니다.

기도하는 곳은 신사인데, 실은 매년 신사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메카를 순례하는 무슬림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 누구나 아는 유명한 노래,  John Lennon의 “Imagine”.

그 노래 중에 종교가 존재하지 않는 평화로운 세계를 표현하는데, 이것은 그가 신토의 중심적인 신사인 “이세 신궁”(伊勢神宮)을 찾아갔을 때 얻은 영감에서 탄생한 노래라고 합니다.

”()라는 개념에서 볼 수 있는 신토의 생각

일본에는 “도”(道)가 들어간 단어가 많습니다.

서도(書道), 다도(茶道), 검도(剣道), 유도(柔道), 무사도(武士道).

이것들은 서로 “프로의 길”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공통적으로 “도”에는 스승이 있습니다. “도”란 스승의 가르침에서 시작하고 장차 독립할 때까지의 노정을 표현한 말입니다.

그 노정에는 “수파리”(守破離)가 관계되어 있습니다.

수파리란 길을 전진하기 위한 순서를 뜻하는 말인데요.

 수(守) 스승의 가르침을 철저히 지킨다

 파(破) 스승에게 배운 원칙이나 기본기를 자신에 맞게 응용하고 창조한다

 리(離) 스승을 떠나 자신의 길을 간다

이처럼 독립해 나가는 과정을 뜻합니다.

신토도 어느 종교나 마찬가지로 자신의 정직한 삶을 찾아가기 위한 길.

좀 성질이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신토와 벼농사를 세트로 생각하자

신토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 바로 벼농사입니다.

전쟁이후엔 없어지긴 했지만 매년 11월에 새로 수확한 이삭을 축하하는 “신상제”(新嘗祭)라고 하는 궁중 제사가 진행되었으며 그 중심이 바로 일본의 천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신사에서 기원할 때 드리는 감사사례를 “하츠호료”(初穂料)라고 하고, 이것은 그 해에 처음으로 수확한 이삭을 신에게 바치는 것을 뜻합니다.

수전(畓)에서의 벼농사는 첫 준비가 힘들지만 그후엔 비교적 안정적이며, 그 비율은 논밭의 10배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밭이 기본 산업이었던 나라들에 비해 빈곤의 차이가 적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본인의 비교적 온화한 성격은 생활의 기본인 벼농업 문화에서 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유명한 술인 “사케”(니혼슈)도 신사에 있는 무녀(巫女)가 만든 게 기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안 배우는데도 가르침이 침투되어 있다?

신토의 가르침을 배운 일본인은 거의 없습니다.

원래 경전이나 교사도 없으니 당연한 거겠죠.

그런데도 일본인들이 매너가 좋다고 듣는 말들에는 이 신토의 이념이 베어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전적으로 뛰어난 것도 아니라, 자타(자기와 타인, 아니면 자기와 세상, 자기와 자연)를 구분하지 않고 원래 이어져있는 “하나”로 생각하니 타인에게 피해를 안 끼치려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 배웠는데도 몸에 베여지는 신토.

일본인들과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일본인은 회화할 때 주어를 자꾸 까먹습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자타의 구별이 애매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언어라서 그러지 않을까 하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본인의 특성은 일본의 지리적 조건이 낳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풍부한 물과 토양(흙)이 있는 곳.

자연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려는 생각.

이웃나라들과 바다를 끼고 있으니 국교가 자자하지는 않으나 많이 먼 것도 아닙니다. 그리하여 이문화 교류가 한정적이었다는 점도 독자성을 지키기 위한 조건이 되었습니다.

또 작지 않는 국토도요.

이런 조건들이 하나라도 빠지면 자연발생적인 통일은 탄생하기 어려우며 종교나 정치에서 하나로 묶어가는 필요성을 가지게 됩니다. 다만 일본에서는 이런 조건들이 갖춰지고 있었으니 신토가 탄생한 거겠죠.

여러분은 이 이야기들을 듣고나서 신토를 종교라고 생각하실까요?

ABE KE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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